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상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국제 영화상 4관왕이라고 하네요
봉준호 감독이 말했듯이 아카데미상은 로컬상이라고 할 정도로 배타성이 강한 영화상이라고 하는데 아시아권 영화로 그리고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짜파구리나 제시카 송 등의 영화 속 부차적인 소재도 화제가 될 정도고 국내 정치적으로도 조국 일가와 관련된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하고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기생충>을 이용하는 하기도 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해석하려면 두 번 이상은 봐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기생충>은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닌지라 두 번 볼 생각은 안했는데 근래 오스카상 수상으로 화제가 되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봤습니다
처음 볼 때는 전체적인 줄거리 설정 전개 주제 캐릭터 정도를 주로 파악한다면 두 번째 볼 때는 디테일한 부분이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전체적인 주제 부분은 흔히 말하듯이 층과 계단으로 상징되는 상류층과 하류층 그리고 계층, 신분, 빈부격차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디테일한 부분을 보자면
수석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군요
수석은 김기우의 친구인 민혁이 과외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면서 김기택 일가에게 주었던 것이죠 수석이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미신과 함께
기우는 박 사장을 집을 간신히 몰래 빠져나온 후 집에 홍수가 난 후부터 수석에 대해 더욱 집착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아마도 기우가 현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수석이 기우 가족에게 신분 상승의 꿈을 이루게 해줄 것이는 막연한 미신에 집착하게 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미신일지라도 집착할 수밖에 없는 하층민의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도구인 것 같습니다
기우는 몸에 지니고 다니던 수석으로 근세에 의해 머리를 찍히게 됩니다 영화는 근세가 수석으로 기우를 확인사살하려는 장면까지 보여주죠
이 장면은 정신 차려라 꿈 깨라 이 정도의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많이 언급되는 소재가 인디언인 것 같습니다
박 사장의 아들인 박다송이 인디언 오타쿠 마니아로 나오는데요 기우가 처음 박 사장 집을 방문했을 때 다송은 인디언 화살을 날려서 환영? 하죠
그리고 김기택 일가의 몸 냄새가 같다는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하죠
다송을 통해 인디언들이 자신에 영역에 들어온 침입자에 대한 경계를 보여주듯이 김기택 일가가 침입자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설정 같습니다
결말 부분에서 김기택이 박 사장을 살해하는 장면에서 김기택은 인디언 분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박 사장의 집에 침입한 다시 말하면 선을 넘은 김기택이 아니고 과거 백인들에 의해 침범을 당한 인디언의 위치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기택은 어떤 침범을 당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박 사장에 의한 인격, 인권, 멸시, 차별, 혐오의 침범을 당한 것을 말할 것입니다
박 사장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죠
냄새로 표현된 박 사장의 내면의 모습이 그 선을 넘어버린 것 같네요
그리고 돈을 받았으니 상대의 감정은 무시하고 시키는 데로 해라 그런 자세라든가 김기택의 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아들만을 챙기는 모습이라든가 이런 것들도 김기택을 자극한 부분일 것 같고요
억눌려왔던 김기택의 분노가 살인이라는 방식으로 응징하게 된 듯합니다
모스부호는 근세, 기택, 기우 등만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 상류층과 하류층 사이에서의 의사소통이 안된다 즉 단절을 의미하는 듯하고요 유일하게 박 사장 일가 중에서는 가장 어린 컵 스카우트였던 다송만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더군요
다송의 경우는 아직 어려 상류층과 하층민의 단절에 대한 의식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소파에서의 섹스 신? 이것도 상당히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 같더군요
감독의 말은 야한 영화같은 느낌이 아니라 탁자 밑에 숨어있는 기택 일가들처럼 관객들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길 바랬다고 합니다
사실 영화가 야한 영화라는 인식이 없어 갑작스러운 이런 장면은 방심하다 한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독의 말과는 다르게 좀 더 보고 싶은 관객도 있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박 사장과 연교의 가장 은밀한 사생활이라는 공간에서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던 기택은 박 사장의 내면의 은밀한 모습을 알게 되는 신이죠
냄새로 표현되는 하층민에 대한 멸시, 혐오, 차별의식이죠
또한 두 사람의 성행위 중 전 운전기사가 카섹스하다가 남겼다고 오해한 제시카의 팬티를 입어보라든가 마약을 사달라고 외치는 모습은 이전에 제시카의 팬티를 두고 변태라느니, 마약을 했을 거라느니, 수준 떨어진다느니 하던 두 사람의 모습과 매우 상반된 모습이죠
이런 이중적인 박 사장과 연교의 모습을 통해 이들의 차별의식과 혐오 우월의식이 얼마나 내로남불식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까놓고 보면 너희들이 더 추하다는 식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그리고 또 다른 성적 코드가 있는데 기우와 다혜 그리고 기정과 다송의 관계입니다
내가 너무 야한 상상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정과 다송의 관계도 성적 코드가 있다고 봤습니다
나의 이런 야한 상상의 근거는 개인교습을 하는데 지나치게 신체적인 접촉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기정이 수업하는 중에 누군가가 들어온 것을 극도로 꺼려 한다는 거죠
만약에 이런 성적코드를 좀 더 명확히 했다면 영화의 분위기가 망가질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다송이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을 듯하네요
그래서 살짝 분위기만 잡고 넘어간 거 아닌가라는 추측을 해 봅니다
문광과 근세 부부가 휴대폰으로 기택 일가를 촬영한 후 위협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북 핵미사일 북한 아나운서를 흉내 내는 장면과 연교과 학익진을 말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있던데 개인적으로도 이 장면들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인지 문광 근세 부부를 북한 그리고 기택 일가를 남한 그리고 박 사장 일가를 미국으로 치환해서 해석하는 것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치환이 설득력이 낮다고 봤는데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죠 가령 극단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면 남한이 미국에 의존하며 기생하는 것으로 본다 할지라도 북한이 미국에 기생하며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감독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만약 이런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인진같은 경우도 구태여 의미 부여를 하자면 인디언과 백인의 관계처럼 조선을 침입한 즉 선을 넘은 관계를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합니다
이 영화에서 '계획'이라는 말이 몇 번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도 제작진에게 '다음 계획이 궁금하다'라고 칭찬하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계획'은 절망적인 하층민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계획'이 갖고 있는 의미는 홍수가 난 후 수재민이 된 기택과 기우가 체육관에 누워 나눈 대화에서 뚜렷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결말씬에서 기우의 내레이션을 통해 기우는 돈을 벌어 박 사장의 집을 사겠다는 '계획'을 말하지만 기택의 말대로 계획은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남기죠
그리고 화제가 된 제시카 송이 '독도는 우리 땅'의 음에 개사를 하여 원곡인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알리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살짝 우려되는 부분은 제시카 송은 제시카가 박 사장 일가를 속이기 위한 노래이므로 '독도는 우리 땅'이 사기거나 거짓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거죠
어차피 인간이란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또는 방향으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해석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기택과 근세는 나름 잘 살아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도전하지만 결국은 실패한 인생들이겠죠
근세는 박 사장의 방공호에서 살며 만족해하며 박 사장을 리스펙하죠
기택은 박 사장 일가를 사기치기도 하고 살인까지 하게 됩니다
근세는 계층 신분 체제를 결국은 적극 받아들이고 순종하며 살아가는데 기택은 나름 발버둥 또는 저항을 합니다 물론 그 계기는 기우와 기정이라는 신분 상승의 가능성과 꿈이 가득한 자식에 의해서 이긴 하지만
하지만 기택의 발버둥과 저항의 결과는 근세와 마찬가지로 박 사장의 방공호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기택은 '박 사장님 미안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기택은 근세와 같은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인간 기생충론은 이미 일본 만화 실사화까지 된 <기생수>그리고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도 나옵니다
차이는 <기생수>나 <지구를 지켜라>의 기생충론은 지구라는 숙주에 빌붙어 지구를 좀먹고 사는 인간을 의미하죠
<기생충>에서는 계층으로 나눠 계층 간의 관계를 기생충으로 보고 있습니다
리얼리즘이라고 표현하던데 이런 계층 간 또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은 한국 영화의 하나의 큰 특징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은 상류층도 기생충일 수 있다고 합니다 상당히 의미가 있는 표현 같네요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본다면 정치인들도 맹목적인 지지자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부정적으로 본다면 우리는 지구에 빌붙어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일 수도 있고 또는 계층 간에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일 수도 있겠네요
이런 신분상승의 욕망 그리고 계층간의 갈등은 아마도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영원한 것 같네요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고요
전체적으로는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니지만 빈부격차, 계층 간의 갈등, 신분 상승 욕구 등은 상당히 흔한 주제일 수 있지만 한국적 설정으로 코미디와 섹스 코드까지 포함된 잘 짜인 대중성과 작품성까지 갖춘 웰 메이드 영화 같습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해서 한국적 설정으로도 잘만 만들면 먹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같네요 그리고 누구말대로 배타적 로컬상이라는 오스카상이 이젠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된 영화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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