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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 해석 결말 - 난 그래도 의심하고 싶다 (스포주의)

by 올영 2018. 11. 3.

주의 : 결말까지 스포가 있습니

 

<곡성>은 2016년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할 수 있어 평론가부터 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세한 분석과 해석을 했더군요
그래서 구태여 내가 다시 동어반복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후기를 안쓰려고 했습니다

처음 <곡성>을 봤을 때는 일반적으로 우세한 해석과 비슷하게 느껴졌고 세부적인 것을 알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최근에 다시 보고 몇 개의 해석과 평론 그리고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를 봤는데 처음  본 느낌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더군요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홍진 감독에게 "왜 외지인이 일본인이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고 합니다



 

 난 한국 사람이라 일본인이 외지인인 게 크게 궁금하지 않았는데 일본인인 쿠니무라 준에게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겠네요

그 인터뷰에서 나홍진 감독의 답은 나오지 않더군요 난 '한국 영화니깐'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평론가의 글을 보니 일제 잔재와 친일파(일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석하기도 하더군요

영화를 다시 보니 감독이 반일 정서라든가 한국인이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이용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반일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인은  종구가 찾아와 깽판을 치고 개를 죽이고 떠난 후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종구 일행을 피해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후 흐느껴 우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런 약하고 인간적인 일본인의 모습이  감독이 관객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관객을 속이기 위한 일종의 트릭에 불과하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의미로 본다면 일본인은 자신의 몸에 들어오려는 악마를 막고자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가 곡성에 온 이유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악마를 피해 일본에서 곡성에 온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인은 먼가 수행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박춘배를 다시 살리기 위한 의식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명의 방해로 완전히 살리지는 못하고 좀비와도 같은 상태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다양한 해석을 의식한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인이 박춘배에게 해를 가하려는지 구원을 하려는지 분명치 않다고 말하더군요 

일광은 악마의 수하인이라는 해석에 동의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이미 여럿 있고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무명은 토속신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도 동의합니다 무명은 외지인인 일본인에게서 악마의 기운의 느끼고 그를 막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역할은 제한적입니다



그녀는 인간들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일종의 강요만 하지 설득이나 증명은 안 합니다 그리고는 인간의 의심을 비난하죠 무명은 종구에게 일본인이 귀신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항상 할미가 그러는 디라며 인간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을 취하죠

즉 신은 이렇게 인간에게 선택을 하라고 강요하고 믿지 않고 의심하는 인간을 탓하는 자세입니다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그것이 바로 영화가 신에게 질문하고 싶은 내용이다 선과 존재를 증명하라고. 바라만 보고 있지 말아달라. 인간이 인간다워지게 다가와 달라"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나의 생각과도 비슷합니다



 

 이 영화가 신과 악마 그리고 샤머니즘의 오컬트적 내용을 다루고 있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이므로 의심과 믿음이 중요 주제가 됩니다 

무영은 종구에게 "네 딸의 아비가 죄를 지었다 남을 의심하고 죽이려고 하고 죽였다"라고 말합니다 즉 모든 원인은 인간의 의심에서 비롯된  분노 적개심 미움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외지인인 일본인에 대해 여러 소문이 돌고 곡성의 사람들은 일본인이 범인이라고 의심하죠 하지만 일본인이 자신의 육체를 빼앗으러는 악마를 막고자 했다면 그 소문이 완전히 진실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의심에서 비롯된 적개심과 분노 미움은 일본인의 몸을 통한 악마의 부활이라는 결말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구는 일광의 말대로 버럭지 같은 놈이 미끼를 삼켜버린 것이죠


즉 외지인이 아닌 인간 내부에서 모든 혼돈과 비극 그리고 악이 시작된 것이 됩니다




누구나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무언가 의지할 것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그 대상은 신이 될 것입니다 인간의 믿음을 시험하려고만 하지 말고 인간에게 다가와 주었으면 좋겠네요

난 그래도 의심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인간의 무지 혹은 한계라고 말하지만 그 무지와 한계를 알기에 의심하고 알고 싶고 그래서 하나씩 알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것이 인류가 걸어온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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