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9>은 흥행과 평가에서 모두 성공한 영화더군요
이 영화를 보니 <아바타>와 <늑대와 춤을><아포칼립토>등의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관점을 뒤집은 영화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영화들이 <디스트릭트9>과 마찬가지로 흥행뿐만 아니라 좋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관점의 전환일 것입니다
인류 혹은 백인 중심의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점의 역전이죠
인간은 인간과 비슷한 수준(또는 그 이상의)의 지적 능력을 갖춘 다른 생명체를 본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에 대한 SF 영화는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인간의 유사한 경험,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비슷한 지적 능력의 생명체와 마주친 비슷한 역사라면 가장 극적이며 현대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다른 문화, 인종과의 대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약육강식의 식민지화와 노예제, 인종차별, 혐오가 되었습니다
과거 SF 영화에서의 외계인, AI, 기계, 복제인간 등 지적 존재와의 첫 대면에서의 기본적인 정서는 경계심이었습니다 놓칠 수 없는 지구의 지배권에 대한 위협이겠죠
시간이 좀 지나면서 두 번째 단계는 이런 지적 존재가 인간과 조화, 동화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세 번째 단계가 인간이 악역을 맡게 되는 인간의 관점이 아닌 다른 지적 존재의 관점으로 이동하더군요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과거 유사한 경험의 역사에 비추어 인류에 대한 비판, 반성이 드러나게 됩니다
<디스트릭트9>도 실제 사건인 <디스트릭트 6>를 모티브로 하였다고 하는데 <디스트릭트 6>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 전용구역으로 설정된 지역으로 6만여 명의 흑인을 강제 이주시킨 역사가 있다고 합니다
<디스트릭트9>도 비슷한 시기의 <아바타>와 마찬가지로 세 번째 단계에 속하는 영화 같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비커스는 유동제에 의해 외계인에 강제 동화되었다고 <아바타>의 제이크는 자발적으로 동화되었다는 정도겠네요
이런 관점의 변화와 다양화가 관객에게 어필한다는 점은 그만큼 인간의 성숙도와 오픈 마인드를 보여주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관객이 영화관을 벗어나는 순간 그리고 낯선 이들을 현실에서 대면하는 순간 영화 감상 태도만큼이나 성숙한 의식과 오픈 마인드인지는 의문이죠
새우를 닮았다고 프런이라고 불리는 외계인은 곤충 벌레의 형상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혐오 표현 중 흔한 것이 ~충이죠 바퀴벌레라고도 하죠 백인과 흑인 그리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해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의 난민 문제도 떠오르더군요
백인에게 차별받던 흑인들이 프런트들을 혐오하는 장면은 결국 그 차별과 혐오가 돌고 도는 모양새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차별과 혐오를 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더군요 심지어 우리 민족은 관동대지진 때 혐오의 대상으로 희생되기까지 한 역사도 있죠
하지만 나도 이런 차별과 혐오에서 무조건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비커스가 프런으로 유전자적 변형을 겪게 되는데 그 이유를 프런과의 성관계라는 가짜 뉴스가 나옵니다
이 장면에서 생각난 건 인간이 다른 민족이나 인종에 배타적인 이유를 유전자적 이유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자신 또는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민족)의 후손을 남기기 위한 본능이 다른 민족이나 인종에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는 이유라고 하더군요
이런 배타적인 자세의 해결책으로 빈번한 접촉 심지어는 국제결혼까지도 장려되더군요 <아바타>에서 제이크가 나비족과의 접촉에서 동화되고 <늑대와 춤을>에서도 케빈 코스트너가 인디언족과 접촉으로 동화되는 과정과 비슷하겠네요
<디스트릭트9>에서의 비커스는 강제 동화된 경우겠고요
차별과 혐오에는 우월감만이 아닌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숨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의 혐한이 과거 일본이 지배하거나 앞선 시대에 멈춰 정신승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왜 그들이 한국이 아닌 조선이라는 국호를 즐겨 사용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현실은 한국에 따라잡혔거나 뒤처지고 있다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아마 최근에 종종 보이는 남미에서의 차별도 비슷한 심리인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상대적 우월감과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인 것 같습니다
프런은 곤충과도 같은 외모에 동물과도 같은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문명은 인류보다 뛰어나고 무기 또한 월등합니다
<디스트릭트9>에서 결말은 이런 차별과 혐오에 대해 어떤 직접적 결말도 내리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인 인터뷰를 통해 남의 일인 양 유체이탈화법을 사용할 뿐입니다 프런인 크리스토퍼가 군대를 데리고 와 복수를 꿈꾸는 것으로 끝나죠
하지만 월등한 무기의 프런의 군대가 지구로 오게 된다면 지구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런 재앙은 인간이 프런들에 행한 온갖 차별과 혐오 멸시가 원인이 됩니다
이 영화가 <디스트릭트 6>라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영화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류의 인종차별 등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외모(혐오스러운 곤충), 다른 문화(동물적 습성)로 인간은 다른 인종을 차별하고 혐오하고 멸시했고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인간의 습성이 미래 또 다른 지적 생명체와의 조우에서 또다시 발현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월등한 무기로 무장한 프런과의 전쟁을 암시하는 결말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른 또 다른 역사의 반복일 수도 있습니다
속편에 대한 이야기도 있던데 만약 제작된다면 크리스토퍼가 군대를 이끌고 와서 어떤 식으로 이 차별과 혐오를 결론지을지 궁금해지더군요
유동체에 의해 프런으로 변해가는 비커스의 현상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름 독특한 SF영화로 볼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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