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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푼젤 해석 리뷰 - 금발과 금수저 로망 (스포주의)

by 올영 2018. 10. 28.


주의 : 결말까지 스포가 있습니다 


<라푼젤>은 본래 독일의 설화로 그림형제가 동화로 각색하였다고 합니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예전에 본 심리학이 생각나더군요

라푼젤은 금발에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죠 그녀의 그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심지어 마법을 부립니다

그 심리학에서는 남성이 갖고 있는 여성의 금발과 긴 머리카락에 대한 로망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었던 원시시대에 금발과 긴 머리카락은 여성의 나이를 추측할 수 있는 기준이 되었다고 합니다 금발은 나이를 먹으면 대부분 갈색으로 변하고 긴 머리카락은 여성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되었다는 거죠

따라서 금발과 긴 머리카락은 여성의 젊음과 건강 상태를 상징하고 젊음과 건강은 번식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는 것입니다

 

 마녀인 고델이 라푼젤의 긴 금발 머리카락의 마법을 이용하여 젊음을 유지한다는 설정이 바로 이런 해석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한 긴 금발 머리카락이 잘리면 갈색으로 변하고 마법까지 사라진다는 것은 여성으로서의 매력,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습니다   

난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남자이지만 아이들도 보는 애니메이션에서 여성의 가치를 외모나 젊음으로 표현한다는 점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더군요

하지만 유진이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리는 장면에서 속으로 '어라?' 했습니다
라푼젤의 긴 금발은 갈색 단발머리로 변하고 마법도 사라집니다 즉 전통적인 여성으로서의 매력과 가치는 사라지게 되는 거죠

하지만 라푼젤의 눈물이 죽었던 유진을 다시 살려내고 유진은 "내가 갈색 머리를 좋아한다"라고 말합니다



원작인 동화에서도 마녀가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라푼젤의 눈물이 장님이 된 왕자의 눈을 다시 뜨게 만든다고 하니 아마도 원작에서 가져온 설정같습니다

긴 금발의 마법이 사라진 라푼젤의 눈물은 여성으로서의 외적 매력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진실된 사랑이 마법처럼 유진을 살려내고  유진이 갈색머리를 좋아한다는 말도 여성으로서의 외적 매력만이 아닌 라푼젤이라는 여성을 사랑한다는 말로 볼 수 있겠죠

물론 갈색 단발의 라푼젤은 여전히 젊고 아름답습니다만 상징적 의미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라푼젤>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기존의 여성의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자 한 부분이 있는 것 같더군요 애니메이션을 여성들도 많이 즐긴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략적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동화에서는 남자가 왕자로 나오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라푼젤이 공주로 나오죠 더구나 남자(유진)는 도둑입니다
신분상승은 여성에 의해 이루어지고 유진은 개과천선까지 하게 됩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라푼젤이 자신의 생일에 본 등불을 직접 보고 싶어 처음 보는 남자 사람인 도둑인 유진과 함께 간다는 점입니다

고델은 라푼젤의 마법의 긴 금발을 지키기 위해 라푼젤에게 세상에는 라푼젤을 노리는 남자들이 있다고 일종의 세뇌시키죠
물론 고델은 라푼젤의 긴 금발이 상징하듯 자신의 젊음, 매력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고델은 친엄마가 아니지만 라푼젤의 긴 금발은 여성의 순결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순결은 중요시되었고 부모들은 그것을 지키려고 하였겠죠 
라푼젤은 고델의 세뇌에 의해 유진을 처음 만났을 때도 자신의 긴 금발을 노리고 있다고 경계하죠 


원작인 동화에서도 라푼젤이 왕자에 의해 순결을 잃게 되죠 그래서 마녀가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린다고 합니다

금발머리(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세뇌를 받아온 라푼젤은 등불을 직접 보고 싶다는 꿈을 위해 너무나도 쉽게 무단침입자인 처음 본 게다가 잘생긴 유진을 꼬셔 탑을 탈출합니다

원작과는 다르게 상당히 능동적이고 행동적이죠 이런 행위의 밑바탕이 되는 욕망은 등불이 아니라 이성에 대한 끌림 또는 사랑 또는 성욕 또는 번식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라푼젤 본인도 의식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등불을 직접 본 순간 꿈을 이룬 후를 걱정한다든가 등불을 직접 보고 싶다는 꿈을 이룬 순간에도 라푼젤의 모습은 유진과 사랑을 속삭이고 확인하죠



 

 애당초 등불은 핑계이고 탑이라는 부모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남자 사람을 만나 사랑 혹은 성욕에 불타오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라푼젤의 꿈(욕망)의 본질은 사랑(성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가 잘린 라푼젤은 순결을 잃은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도 결혼을 처녀때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말아올리는 '머리올린다'라는 표현이 있었죠

어쨌든 <라푼젤>은 시대의 변화상에 맞춰 여성의 이미지에 변화를 주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부분은 완전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인정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궁금한 건 부모 잘 만난 슈퍼 울트라 금수저인 공주 왕자에 대한 로망은 언제 깨려고 할까라는 점입니다
이런 금수저, 신분상승 로망은 남녀노소에게 아직 로망으로 자리 잡고 있어 관객에게 효과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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