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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극의 칼 해석 결말 - 운명의 덫 (스포주의)

by 올영 2018. 10. 29.


주의 : 결말까지 스포가 있습니다


서극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꼽힌다고 합니다 

영화를 다시 보다 얼핏 <외팔이 검객>이라는 영화 제목을 본 기억이 나더군요 무슨 관련성이 있을까해서 찾아보니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 한국 개봉명>의 리메이크작이라고 합니다 

1968년도 작품으로 홍콩 무협영화의 부흥을 이끈 영화라고 하네요 그리고  이 영화는 김용의 <신조협려>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고전의 리메이크작답게 뻔한 스토리라인 선과 악의 이분법 그리고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감각만큼은 지금 봐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듯하더군요 그리고 단순할 수 있는 영화에 깊이를 주기 위해 소연의 내레이션이라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제목의 칼보다 더 관심이 간 소품은 덫입니다 무협영화에서의 칼은 흔한 것이고 이 영화에서도 특별히 다른 의미는 못 느꼈습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소품은 감독의 의도가 들어가 있기 마련인데 덫도 그러할 것입니다. 덫은 독특한데 운명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연은 정안과 철두 사이에 질투심을 유발해서 싸움을 붙이려고 하죠 소연은 이렇게 덫을 치지만 의외로 정안과 철두는 덫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그 흔한 삼각관계의 멜로를 넣지 않더군요


그리고 소연이 친 덫으로 인해 정안과 철두는 의로운 스님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검제련소의 제자들은 다 죽고 소연은 평생 정안과 철두를 기다리게 됩니다 즉 자신이 친 덫에 자신이 걸린 것이 됩니다

소연의 아버지가 "원하는 것에는 대가가 있다 팔 때에도 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라는 말은 이런 전개를 암시한 말처럼 들리더군요

 

 소연은 정안과 철두에게 자신을 팔려고 했지만 자신이 돈을 내야 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정안에게 덫은 두 가지가 있는데 아버지의 원수에 대한 복수와 덫에 의해 한 손을 잃게 된 것입니다 검객으로서의 삶은 끝나고 아버지의 복수도 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외팔이 정안은 아버지의 불러진 칼과 반쯤 남은 무공비서등도 그의 덫을 의미하지만 부러진 칼의 거리의 한계를 쇠사슬로 극복하는 등 절정의 고수가 되어 아버지의 원수인 비룡을 죽입니다




 이 장면에서 정안은 덫을 무기로 사용하는데 그가 덫을 무기로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덫(운명)을 극복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더군요 



창녀에게는 창녀라는 덫이 있습니다 그녀는 종종 크게 웃는데 그 웃음의 의미는 세상에 대한 비웃음, 자포자기에 가까운 것 같더군요 창녀는 남자들에게 성노리개로 유린당하는데 처음에는 저항을 하더군요 그러다가 이내 곧 남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럴 거면 왜 저항하지?

소연과 창녀가 처음 마주치는 장면에서 소연의 내레이션은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진심을 가면 속에 숨기고 있는 건가?"라고 말하죠 

창녀의 웃음은 행복의 웃음이 아닙니다 그녀가 저항을 멈추고 남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칼을 들고 생존을 위해 싸우는 남자들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렇게 자존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포자기 상태의 창녀가 소연을 지키기 위해 마적들과 싸웁니다 소연이 자신처럼 남자들에게 유린당하게 놔두지 않겠다는 삶의 목표가 생긴 거죠 그녀는 한때 연정을 품었던 철두에 의해 강간을 당하고 정안의 손에 죽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죽은 장소가 돼지우리입니다 

돼지도 자주 나오는 소재이긴 한데 돼지우리라는 죽음의 장소가  창녀라는 운명(덫)의 상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철두는 스님의 죽음에 불같은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복수를 하고자 하죠 그리고 이 복수심이 결국은 검제련소에 큰 화를 불러들입니다 

철두는 소연을 사모하지만 소연이 정안을 못 잊자 소연을 데리고 정안을 찾아나섭니다 그 과정에서 소연에게 성욕을 느끼지만 사부의 딸이므로 차마 실행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철두는 또 다른 연정을 갖고 있던 창녀를 납치해와 강간을 하죠

창녀도 어느 정도 철두의 호감을 느끼는 듯하였지만 철두의 납치 강간이라는 행위에 남자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집니다 
철두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사모하던 두 여인을 다 잃게 됩니다 이런 충동적 기질이 그의 덫이 됩니다



결말에서 소연은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한세대에서 다음 세대까지 끝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이런 인간의 운명의 덫은 계속될 거라는 의미겠죠

"왜 그들은 와서 떠난 걸까? 우리는 왜 여기에 있었는가?"라는 내레이션은 인생에 대한 고찰까지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녀는 늙을 때까지 정안과 철두를 기다립니다 그 기다림에는 죄책감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거의 민폐녀였으니깐요
하지만 그녀가 영화 초반부에 요정을 꿈꾸었듯이 그녀가 그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녀가 그리는 세상은 정안과 철두가 돌아오지 않듯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좀 오래된 영화지만 무협영화 좋아하는 사람은 지금봐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네요

나름 메시지도 담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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