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번 일본 애니메이션의 실사화가 어느 정도 영화로서 완성도를 갖춰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전의 이런 류의 영화들은 CG 능력의 부족이라든가 원작에 충실해 만화와 다른 영화의 특성을 잘 못 살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본 것 중에 <칸츠> 그리고 <바람의 검심> 이후 세 번째로 영화다운 실사화입니다
원작인 만화를 오래전에 밤새워 본 기억이 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나더군요
CG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고 원작이 나름 메세지가 있는 명작으로 꼽히고 있어 영화도 그 메세지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연기는 호평도 하던데 난 그저그랬습니다 일본영화에 대한 선입견일 수도 있고 문화적 차이일 수 도 있는데 감정연기가 좀 부족하고 기본적으로 표정의 다양성도 부족합니다
또한 모든 일본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본영화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친절한 설명과 가르침이죠 이 영화에서도 반복적으로 대사를 통해 주제의식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오른손이'가 나와 인간의 사랑스런 (?)특징까지 집어주더군요
이 영화는 '신체 강탈'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신체 강탈의 역사는 의외로 긴데 귀신에 의한 신체 강탈(빙의)도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쿠키 영상에서도 나오는데 '인간은 기생충이다'라는 일종의 기생충론이 이 영화의 주된 개념이라고 보입니다
기생충론은 내가 만든 말이고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진 모르겠고요 곧잘 영화나 만화 등에 나오더군요 <지구를 지켜라>에서도 언급되고 현실에서도 기생충이라는 말을 가끔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이것이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매트릭스>에서는 그 기생충이 바이러스를 변화하게 되기도 하죠
인간의 관점이 아닌 지구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지구와 자연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빨아먹고 살며 숙주인 지구와 자연을 망가뜨리는 기생충 나아가 암적인 존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영화는 인간이 망가뜨린 숙주(지구)를 버리고 다른 숙주(행성)을 찾아 떠나기도 하는데 이는 기생수가 다른 인간(숙주)으로 이동하는 모습과도 닮아있죠
<기생수>에서는 기생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단지 지구상의 누군가가 인간이 줄어들면 인간이 내뿜는 독도 줄어들거고 모든 생물을 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는 내레이션만 나오죠 이렇게 포식자가 없는 만물의 영장 지구의 절대권력자인 인간의 관점이 아닌 종의 관점에서 보면 개체수를 조절할 이유가 생기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게 기생수가 됩니다 신이치의 육체 속에서 인간에 대해 알아가며 동화되는 오른손이 그리고 오른손이의 세포와의 결함으로 기생수에 동화되어가는 신이치 그리고 인간과의 공존을 위해 임신까지 하는 타미야 료코는 두 종이 적대적 관계가 안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합니다 인간과 기생수의 대립이라는 구도하면 두 종의 차이점을 드러내야 하는데 그건 '감정'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의 정점이자 모든 인간의 정서의 근간이 된다고 할 수 있는 모성애를 가장 중점에 두고 있습니다 인간인 신이치 엄마와 기생수이지만 인간에게 동화된 타미야 료코의 임신이 그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여인은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죠 갑작스런(?) 타미야 료코의 모유수유장면도 모성애를 나타내기 위한 장면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갑작스런(?) 신이치와 사토미의 베드씬 아니 침대는 없었으니 섹스씬(?)은 조금 쌩뚱맞긴 한데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인간사이의 또 다른 소중한 감정을 나타내고자 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 이런 구도는 기계들 혹은 외계인과의 대립을 다룬 다른 영화에서의 인간만의 가치, 특성이 감정이라는 것과 비슷하더군요 지구상의 다른 종과 비교하면 신체적 능력이 아닌 지적 능력의 우위로 지배자가 될 수 있었지만 인간보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존재앞에서는 지능이 아닌 다른 관점의 장점 즉 존재가치를 내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기생수라는 것은 감정도 없고 번식도 못한다는 불완전한 생명체이고 그래서 인간의 감정과 번식이라는 과정에 신비로움을 느낀다는 것도 기계들과 닮아있기도 합니다 <기생수>는 인간의 관점이 아닌 제3자의 관점에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이기적 종족주의를 비판하고 있는건 맞지만 감독도 관객도 인간인지라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습니다 결말이 인간의 승리이고 인간의 천적인 기생수가 인간의 특징(감정)에 동화되어 간다는 설정도 그러하죠 특히 오른손이가 인간인 신이치에 의해 인간에 동화되어 자신의 동족을 수없이 살해하지만 신이치는 오른손이에 동화되기도 하지만 인간이라는 정체성까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인간을 기생수보다 우위에 두고 있습니다 천적관계인 인간과 기생수의 이런 전개도 사실은 자연의 법칙이나 제3자의 관점은 아니겠죠
이 영화에서 주요한 소재는 로드킬당한 강아지인 것 같습니다 신이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같은 종인 인간의 생명의 소중함과 가치를 다른 종보다 우위에 두고 있습니다 신이치는 '죽은 강아지가 불쌍하다'고 말합니다 이때 오른손이가 나타나 마지막으로 교훈을 집어줍니다 "인간은 다른 종의 괴로움도 느낄 수 있는 생물이니깐 그래서 인간은 다른 종과 공존할 수 있는거지 인간만이 갖고 있는 사랑스런(?)특징이지" 다소 손발오그라드는 이 대사를 통해 인간이 기생수보다 우위에 있는 종이고 비판은 하지만 그래도 지배자로서 살만한 장점이 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종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야 된다는 메세지도 전하고 있는 듯 하고요 영화의 시작은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 전쟁등의 영상과 함께 '인간이 반으로 줄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인간이 100분의1로 줄어든다면 쏟아내는 독도 100분의1이 될까 지구상의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현실에서는 작가일 것 같은데 영화 또한 만화에서는 신이거나 자연 또는 숙주인 지구일 수 도 있고 그리고 인간의 두려움일 수도 있습니다 최강의 기생수인 고토는 신이치와 결투에서 "인간들이 인간들을 먹어치우라고 나에게 소근댄다. 인간의 증가로 가장 고통받는 것은 인간이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인구수가 증가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숙주인 지구를 파괴해가는 인간이 그 부정적인 영향이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올 것 이라는 두려움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원작 만화(1988 - 1995년 완간)에는 신이치가 고토를 무리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하는 방사능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방사능이 나오니 후쿠시마원전사고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네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이고 이 영화는 2014년이깐 말이죠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인간이 만든 원전이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그 피해가 인간에게 되돌아 온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기적인 인간 종족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종족이기심이 지구와 다른 종들을 위협하고 있고 그 결과로 기생수로 상징되는 부정적인 영향이 인간에게 되돌아 올 것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영화로 봤습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나려고 한 노력은 있지만 완전히 벗어난 관점은 아니고 오른손이가 마지막에 말했듯이 인간의 사랑스런(?) 특징도 있으니깐 인간은 훌쩍대지 말고 완전 피곤한 오른손이에 기대지 말고 혼자서 잘해내야 겠네요 ㅋ 연기라든가 직접적인 친절한 설명과 가르침등에서 좀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기생수라는 참신한 소재로 인간에게 경고의 메세지를 전하는 괜찮은 영화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영화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이런 독특한 소재입니다 일본만화 실사화의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함께 가질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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