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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황산벌 해석과 결말 - 역사와 남성상비틀기 (2003년)

by 올영 2019. 12. 24.

 

 

영화 <황산벌>은 실제 백제의 멸망 과정에 있었던 황산벌전투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역사물입니다

 

코미디라고는 하지만 사투리가 가장 큰 특징인 것 같고 코미디적 요소는 영화가 좀 오래돼서 그런지 어디선가 본 것이거나 올드한 느낌인지라 그리 웃기지는 않았습니다

 

가령 의자왕이 계백이 바닥에 무릎을 쿵 하고 찍으면 무릎 걱정이 아니라 바닥 걱정을 하는 식의 올드한 느낌의 개그가 나옵니다

 

홍보도 코미디라는 대중성을 강조하였지만 지금다시 보니 이 영화의 가치는 역사 비틀기와  전통적 남성성 비틀기입니다

 

<황산벌 전투>라면 흔히 알고 있기를 계백이 처자식을 죽이고 5천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에서 김유신의 5만 군대와 싸워 이기다가 관창의 필마단기 돌격과 희생으로 적개심이 높아진 신라군이 결사대 전원을 전멸한 전투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계백의 사약을 먹고 죽으라는 말에 아내는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다"라고 말하며 원망합니다

 

반골이나 관창도 화랑정신에 입각한 충정심의 발로가 아닌 부친들의 강압과 회유로 적진에 돌격하여 죽는 것으로 나옵니다

 

관창은 부친의 강압과 회유에 마지못해 백제진영을  돌격하기 전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진짜 개죽음 아니지예?"

 

<황산벌 전투>에서 살아남은 것이 '거시기'라는 평민이라는 점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대사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배워온 전통적인 남성상인 계백과 관창은 처자식을 소유물쯤으로 여기고 죽인 남자와 임전무퇴의 화랑정신이 아닌 부친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는 소년으로 비틀기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국가주의 애국심 영웅심이라는 어린 시절 위인전이나 역사책에서 배워왔던 관점에서  우리에게 인간 중심의 인본주의 나아가서는 무정부주의의 느낌까지 나더군요

 

 

초반의 당나라 황제와 연개소문 김춘추 의자왕의 회담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풍자하는데 당나라 황제는 위엄을 위해 연개소문은 자신의 체면과 용맹함을 위해 김춘추와 의자왕은 사적 복수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지도자들의 대의명분이 아닌 어찌 보면 하찮은 권력욕과 사적 욕망에 의해 전쟁은 시작되고 백성이 죽게 된다는 점을 풍자하고 싶었던 듯합니다

 

계백과 김유신의 장기 대결에서도 그들은 무심히 장기를 두지만 그들의 한수에 따라 마당의 병사들은 장기판의 말처럼 속절없이 죽어나갑니다

이것 또한 지도자에 의한 허무한 백성의 죽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반골과 관창을 비롯한 화랑들을 희생시키고 선발대를 제물삼아 백제군을 물리치기도 하는 김유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전쟁은 미친 자들이 하는 짓이다"

실제로 김유신은 미친 척도 합니다

 

김유신은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앞의 탁자에 칼을 꼽기도 하는데 실제 역사에도 기한을 못 지킨 죄로 신라 장수를 죽이려고 하자 김유신이 도끼를 들고 가 "백제보다 당나라 군부터 먼저 죽이겠다"하여 신라 장수를 구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역사적 기록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이 장면을 넣은 것은 외세를 끌어들여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켰다는 비판에 대한 무마용으로 당나라에 굴욕적이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여 민족적 자존심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네요

 

먼 옛날 충분한 사료도 없이 역사의 빈자리를 사투리와 풍자로 비틀기한 솜씨는 좋았습니다 개그가 좀 올드해서 문제지만

 

<황산벌>의 흥행 성공으로 <평양성>이라는 후속편이 제작되기도 합니다

 

사투리로 대표되는 개그와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를 현대적 감각에서 비틀기한 것이 영화의 특징이지만 또 한가지 반가웠던 점은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역사물이라면 한국 영화는 대개 조선시대로 한정되는 느낌입니다 조선시대 이외의 역사물로 생각나는 것이 <황산벌> <평양성> <쌍화점> 정도입니다

 

드라마에서는 <태왕사신기> 대륙 백제설의 <근초고왕>등 다양한 시대물이 있었는데 영화계는 왜 조선에만 집착하는지 모르겠네요

 

단군이래 반만년 역사라고 자랑하는 민족입니다 단군신화부터 해서 무궁한 소재가 나올 수 있습니다

 

 

 

후속작이라는 <평양성>도 그렇지만 항상 침략당하고 망하고 갑질당한 역사만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고려시대만 해도 송나라에 갑질(나쁘게 말하면 기록상으로는 양아치짓이더군요)한 역사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요나라(거란)와 맞서고 있던 송나라(한족)는 요나라의 침략을 귀주대첩으로 유명한 전투에서 대파한 고려를 요나라 견제책으로 만만히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한류처럼 고려시대에 송류가 유행했는데 대표적인 사람이 문인 소동파였다고 합니다 근데 그 소동파가 혐한론자였는데 고려 사신의 갑질이 그 이유 중에 하나였다고 합니다

(고려 사신의 갑질은 대만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도 나온다고 합니다)

 

유명 진보 좌파 논객이 우리 역사를 사대DNA로 해석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라고 불쾌한 적이 있습니다 거의 일제가 심어놓은 식민사관하고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조선시대 그리고 당한 역사 외에도 역사를 통해 배울 것은 있습니다 하지만 은연중 우리 민족은 약자다라는 인식(자학사관?)을 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황산벌전투에서 거시기라는 이름모를 평민이 살아남았듯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에 비추어보면 이 민족도 수천년동안 수많은 외세의 침입에도 결국은 살아남았죠

 

사라져 간 민족들 그리고 중국 한족에 흡수되거나 현재 중국에서 소수민족이 된 민족들은 많습니다

 

역사를 다룬 한국영화도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관점이 존재해야 할 것입니다

 

편식은 언제나 건강에 해롭죠

 

 

 

영화<황산벌>과 영화 <300>이 전통적 남성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볼이는데요

 

전통적 남성상을 정반대의 의미로 다루는 듯 하면서 해석에 따라서는 전통적 남성상을 비판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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