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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아가씨 해석 결말 - 외설과 예술은 종이 한장 차이 (2016년) 스포주의

by 올영 2018. 11. 19.

영화 <아가씨>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호평이 더 우세한 것 같더군요
청불 영화인데도 419만이 넘는 관객이 들어 손익분기점도 넘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박찬욱 감독이 일본 성인물 비슷한 거 하나 찍어나 보다 하고 중간에 보다 말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후에 평가가 예상외로 높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다시 보니 처음의 인상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좋은 평가만큼의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딴지 좀 걸어보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핑거스미스>라는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1부는 비슷한데 2부부터 다르다고 하더군요 난 소설도 영화도 아직 보진 않았습니다

<아가씨>는 퀴어 영화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성해방이나 페미니즘 영화라는 평에는 조금 아쉽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남성들은 변태성욕자이거나 사기꾼으로 가만히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런 남성들은 보편성이라는 측면에서 공감을 없기 힘들 듯하더군요 다시 말하면 남성들이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자각하게 하기보다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생깁니다 

정장을 빼입고 모여 히데코가 야설 낭독에 흥분과 쾌감을 느낀다는 점은 남자의 가식적인 겉모습과 성적 판타지, 관음증을 보여주고자 한 의도인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가 야설 읽어준다고 흥분과 쾌감을 느끼거나 만족하진 않죠 

 

 


이 씬 촬영 날 스텝 중에 한 명이 히데코 노출씬이 아니었냐고 놀라워했다고 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자세가 중요하지 노출은 중요지 않다"라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남성들에게는 노출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쪽이 히데코가 변태 남성의 노리개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을 것입니다 사실 야설은 남자보다 여자가 주 독자층입니다

후지와라(하정우)는 "여자들은 억지로 하는 관계에서 극상의 쾌락을 느낀다"라고 합니다 이것도 보편적인 남성의 생각은 아닙니다 성범죄를 옹호할 일은 없죠
물론 이런 상상을 하는 일부 여성이 있고 일부 남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남자에게 정복욕이라는 욕구가 있다는 말이 있긴 하죠 하지만 여자가 한가지 욕구로만 채워진 존재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남자가 정복욕으로만 채워진 짐승수준은 아니라는 거죠 

 


이런 보편성의 결여는 나에게는 공감보다는 관망하게 만들더군요 연쇄강간살인마 영화를 보고 범인과 공감하거나 하진 않겠죠

 

그러니깐 이 영화는 남자를 악마화 변태화시키고 결국 여자들만의 사랑 레즈비언으로 귀결되는 반남성적 반이성적 친동성애적 성향을 띄고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죠 

 

심하게 말하면 한남충론과 연결된다고나 할까?


오히려 최근에 다시 본 <왓 위민 원트>가 남성들의 보편적 정서를 잘 드러내 공감하기가 쉬웠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여성을 보면 히데코는 변태 성욕자인 이모부 코우즈키에 의해 사육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변태성욕자들 앞에서 야설을 낭독하죠 그를 구원하러 나타난 백작이라는 자도 사기꾼입니다 남성혐오감이 생길만합니다

그래서 그녀가 숙희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는 설정은 이해가 갑니다

숙희는 모성애가 강한 여자로 묘사되는데 그녀가 히데코를 대하는 태도는 모성애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더군요
남자들에게 억압받고 이용당하는 세상 물정 모르는 히데코에게 모성애를 느끼고 그것이 사랑이 된다는 것입니다

 

 


변태성욕자와 사기꾼에게 한방 먹이고 두 여성의 사랑의 완성. 여성의 해방은 레즈비언인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이 영화에서 남녀 간의 성행위는 안 나옵니다 오직 히데코와 숙희 두 여성간의 동성간의 성행위만이 나오죠
그리고 박찬욱 감독은 두 여성의 성행위에서 남녀의 역할이 없는 동등한 관계라고 하더군요 

그럼 남녀간의 관계나 성행위는 어떤 관계가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실제로 페미니스트 중에 남녀간의 관계 자체를 남성의 여성지배로 파악하고 레즈비언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 레즈비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레즈비언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레즈비언이 여성해방을 의미한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집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히데코와 숙희의 관계에서 숙희가 남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두 여자의 첫 섹스씬에서 숙희는 백작(남성)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음란서적을 칼로 찢거나 욕설을 한다거나 후지와라(하정우)에게 대든다거나 도망치는 과정에서 히데코가 담을 넘도록 도와준다거나 하는 역할이죠

다시 말하면 두 여자사이에서도 주동적 수동적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박찬욱 감독은 두 여성의 섹스씬에서 가위자세(?)를 하며 손을 맞잡는 장면을 말하며 동등한 관계라고 합니다 레즈비언 성인물을 조금만 봐도 그런 장면은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 영화의 레즈비언 성관계에 나오는 자세는 새로운 자세는 아닙니다

 

그리고 남여간에도 비슷한 자세는 있습니다 

동등한 관계라는 의미 부여가 오히려 새로웠습니다 의도는 아니겠지만 남녀의 관계는 권력관계이고 레즈비언만이 동등한 관계라는 오해가 생길 법 하네요

마지막 두 여성의 섹스씬에서 방울이 나옵니다 이 장면에서 한 여성 스텝이 변태성욕자의 노리개로서 야설을 낭독하던 히데코가 그 야설에 나오는 방울을 가지고 숙희와 성행위를 한다는 점이 관객이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이걸 두고 인터뷰한 사람(여성)은 남성들에게 읽어주던 야설의 방울을 주체적으로 쾌락으로 전유한 점이 쾌락을 준다고 하더군요

이미 두 여성간의 성행위장면이 몇 번 나왔으니 마지막에는 좀 더 센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방울이겠죠

하지만 이 장면이 관객에게 상당한 자극을 주는 것은 맞지만 히데코가 변태적 남성의 성유희에 길들여졌거나 못 벗어난 걸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변태성욕자들의 성노리개였던 히데코는 관객의 성노리개가 된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것이  여성해방이고 페미니즘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외설과 예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던가

 

 


인터뷰내용에도 나오는데 문어는 일본성인물의 촉수물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음란서적 낭독회는 변태사교집단을 연상시키기도 하죠 그리고 남자와의 성관계 전에 동성에게 성행위를 연습한다는 것도 레즈비언 성인물에서는 흔히 나오는 설정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내가 보기에 페미니즘을 가장한 동성애 에로티시즘 영화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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