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염력 해석 결말 - 사회를 바꾸는 건 민초 (2018) 스포주의

주의 : 결말까지 스포가 있습니다

 

영화 <염력>에 대한 평이 안 좋더군요
130억 제작비에 손익분기점이 410만 명 그리고 관객 수 98만이 조금 넘었다고 하니 흥행에서도 실패했습니다

나는 일단 한국 영화에서 흔하지 않은 염력, 초능력을 소재로 한 영화이고 한국 영화의 CG 수준을 확인하고 싶기도 하여 기대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봤습니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CG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 가끔 물건 가지러 가기 귀찮을 때 이런 초능력을 상상하기도 하곤 하죠

 

 

전체적으로 영화는 염력을 가진 히어로물 + 사회문제 + 가족주의인 것 같더군요

역시 한국 영화에서는 이런 권력과 권력에 대한 저항 그리고 사회구조적 부조리, 가족주의는 일종의 공식같은 것 같습니다

영화는 보면서 그럭저럭 무난한 것 같았는데 위의 3가지 기본 축이 왠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 들더군요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는데 초능력을 지닌 히어로물에 가려져 사회적 약자인 철거민의 아픔이 잘 표현되지 못하고 그 흔한 신파적 가족주의도 약한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기존 한국영화의 공식에 히어로물을 첨가하지만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게 없는 밋밋한 영화처럼 보입니다

 

배우들이 캐릭터와 어울렸는지도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신석헌이 염력을 갖게 되는 과정도 우연일 뿐 설명이 없기도 하지만  신석헌의 초능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영화의 흥행을 위한 눈요기인가?

 

보증을 잘못 서 이혼당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석현과 사회적 약자인 철거민들에게 염력이란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됩니다

염력은 일시적으로 철거민들에게 승리의 희망을 줄 뿐 신석헌의 전반부의 "이길 싸움이 아니다"라는 판단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할 뿐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합니다

홍상무의 "이기도록 태어난 사람들이라고요 한국 대한민국 국가 그 자체가 능력인 사람들이라고요"라는 말도 확인해줍니다

 

 

 

영화 결말에서조차 염력은 맥주잔을 공중으로 날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굳이 가족주의 측면에서 본다면 신석헌과 그의 딸 루미의 관계가 회복되는 수단 정도는 될 것 같더군요

신석헌은 날아와서 민사장에게 "너희들이 이겼다 기쁘냐?"하고는 한대 갈깁니다

결국 신석헌의 염력은 사회적 약자의 한풀이 정도인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희망보다는 좌절?

관객에게 어필할 신파적 가족주의라면 루미가 죽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고 홍상무측의 승리도 아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상 어쨌든 사회적 약자의 패배이므로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도술을 쓰는 홍길동이나 전우치도 못 바꾼 세상입니다

사회는 분명히 변하고 있는데 그 원동력은 염력이나 초능력 또는 도술은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 사회를 움직이고 있을까? 그건 바로 이름 모를 홍상무가 말한 '노예'이기를 거부한 대중 즉 영화 속에서는 민초( 백성의 질긴 생명력을 잡초에 비유한 말)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의 교도소에서 출소한 석현과 루미의 화해와 변호사와의 결혼등의 새출발의 해피엔딩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권력과 기득권에 의해 짓밟힌 민초들이 다시 살아가는 질긴 생명력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감독의 의도는 모르겠고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제목을 사회를 바꾸는 건 민초라고 붙여보았습니다

이런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관객이 느끼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듯하고 히어로물 + 사회문제 + 가족주의의 조합은 잘 비벼지지 않은 느낌입니다

 

 

 

염력이라는 홍보에 액션을 기대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도 못하고 용산참사라는 철거민들의 아픔도 담아내지 못한 채 어느 쪽의 승리도 아닌 가족주의라는 해피엔딩 결말이 영화가 중심을 못잡고 들뜬 상태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영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신과 함께>라는 판타지물의 대박에 이어 영화 <염력>의 흥행실패가 한국형 판타지물의 위축으로 연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도 판타지물의 가능성은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