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결말까지 스포가 있습니다
900만이 넘는 흥행성적이 보여주듯이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2013년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는데 나름 작품성도 갖춘 것으로 보였습니다
<관상>은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관상이라는 소재를 덧입힌 영화입니다
소재도 참신하고 관상이라는 소재를 역사 속에 잘 섞어놓았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한명회한테 김내경이 "목이 잘릴 팔자요"라고 예언한 부분은 감탄할 정도입니다
실제 한명회는 연산군 때 부관참시 당했다고 합니다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도 여러 번 본 적 있습니다
결과를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은 이 영화의 중심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김내경이라는 관상가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내경은 조부가 역적으로 몰려 몰락한 집안으로 동생 팽헌과 아들 진형과 함께 숨어삽니다
신분상의 결함이 있는 것입니다 이 결함이 김내경을 비롯한 팽헌 진형이 역사의 한가운데로 들어서게 합니다
그가 김종서편에 선 것은 우연일 뿐입니다 그것이 정의감이나 왕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출세하기 위해 높은 양반에 줄을 대는데 그가 김종서의 심복이죠 그리고 살인사건을 해결하다가 수양대군쪽 사람을 건드리게 됩니다
한명회에게 목숨의 위협을 당하고 도망가려다 김종서가 만나자는 말에 급히 돌아섭니다
즉 출세욕에 역사의 정쟁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김종서와 수양대군 중 어느 편에 붙을까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물론 아들 진형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비가 되겠다며 김종서편에 서게 됩니다
정의감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현실과 정의감 사이에서 갈등하던 김내경의 결심을 굳힌 계기가 아들이라는 사사로운 감정이라는 것이 더욱 인간적이라고 느껴지더군요
김내경은 패륜적 왕위찬탈을 한 수양대군에게 아들의 목숨을 구걸합니다 결코 영웅이나 정의의 사도의 모습은 아닙니다
영웅이 난무하는 영화 속에서 이런 김내경의 캐릭터가 더욱 공감하게 되더군요
바로 역사 속의 일반적인 다수의 한 개인의 모습이 그러할 터니깐요
결국 이 영화는 운명 혹은 팔자라는 것 그리고 역사에대한 한 개인의 도전입니다
김내경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온 사람처럼 관상이라는 능력으로 미래를 알고 있습니다
자신과 집안의 팔자 (운명)을 바꿔보겠다는 사사로운 욕망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역사의 한가운데 서게 됩니다
김내경은 이리(수양대군)가 호랑이(김종서)를 이긴다고 말합니다
그는 역사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내경은 관상이라는 능력을 통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역사로 바꾸려고 합니다
하지만 미래를 볼 수 있는 관상이라는 탁월한 능력도 자신의 가장 가까운 친동생의 팽헌에 의해 역사를 바꾸지 못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예측한대로 팽헌의 목젖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남자에게 인기가 없다는 기생의 코에 점을 찍어줘 팔자를 고쳐주었고 여인의 살인범과 부패한 관리를 잡을 수는 있었습니다
김내경의 관상은 작은 인간의 운명은 바꿀 수 있었으나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은 바꿀 수 없었습니다
수양대군은 진형을 죽이고 나서 돌아서 가며 " 저자는 자신의 아들이 저리 죽을 줄 알았을까? 난 몰랐네만"이라고 말합니다
김내경은 팽헌과 진형의 운명을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역사를 바꾸려는 순간 팽헌과 진형의 운명은 예정된 대로 진행되었습니다
김내경과 한명회가 만난 장면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보았지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라고 말합니다
이리가 호랑이를 이긴다는 인간사이의 운명을 관상으로 바꿀려고 하였지만 그 인간들의 운명을 이끄는 역사의 흐름을 보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수양대군에게 불어 수양대군이 파도가 될 수 있었고 그 파도는 김내경의 말대로 자연의 섭리처럼 부서지게 됩니다
수양대군이 죽기전에 자신이 귀향보냈거나 종으로 삼았던 사람들을 풀어주었다는 것은 한평생 마음의 빚을 지니고 살았다고 볼 수 있고 한명회의 죽음에 곁을 지키던 사람들은 하품을 할 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 그리고 한명회가 그토록 조심했지만 죽어서 목이 잘린다는 운명이 바로 파도가 부서진 것입니다
오늘 날 우리는 수양대군과 한명회를 위인이나 영웅이라고 평가하진 않습니다
권력욕의 잔혹함의 표본중의 하나로 평가할 뿐입니다
수양대군과 한명회가 바람을 타고 파도가 될 수 있었지만 파도가 부서지듯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자연의 섭리와도 같은 역사의 흐름속에서 인간은 단지 작은 파도가 되기도 하지만 다시 물로 돌아갈 뿐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 영화는 운명론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도 있고 권력욕과 욕망의 부질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
김내경은 항상 보아왔던 바다(자연)을 통해 그 진실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보고 있소? "
"세상을 보고 있소"
<관상>은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와 김내경이라는 관상가 그리고 바다라는 자연을 통해 인간들은 파도처럼 거칠게 부딪히고 부서짐을 반복하며 살지만 거대한 바다의 하찮은 꿈틀거림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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