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것>은 1986년 스티븐 킹의 <그것>이 원작이라고 합니다
그 후 1990년에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2편은 29년이 지난 2019년을 배경으로 성인이 된 루저 클럽이 다시 데리로 페니와이즈에 맞서기 위해 모인다고 합니다 (2019년 개봉예정)
영화는 원작의 설정보다 많이 순화되어 표현되었다고 하더군요 (동성애와 초등학생들의 6대1 성적인 내용 등도 소설에는 나온다고 합니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영화를 찍어온 정정훈 촬영감독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건 한마디로 불쾌한 성장영화라는 것입니다
원작에서는 루저 클럽의 아이들은 초등학생 5학년이라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나도 초등학생 5학년 때가 첫 사춘기였습니다
이 영화는 루저 클럽의 아이들이 부모님의 통제와 압박(이건 영화적 표현이고 일반적으로는 보호, 영화의 시선이 전체적으로 부정적입니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의식이 싹트는 시기, 그리고 새로운 주체적 삶을 살아나가는 첫발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영화에서처럼 부모보다 또래의 친구의 역할이 더 큽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피에로 광대가 아이들을 납치하는 존재로 나오는 건 아마도 피에로 광대가 어린 시절 친숙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친구가 이젠 성장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피에로 광대와 이별해야 할 시간이 된 거죠
엄연히 피에로 광대의 이름이 페니와이즈라고 나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IT이라고 지칭합니다
페니와이즈는 두려움을 먹고삽니다 그런데 그 두려움이 아이들마다 달라 총칭해서 대명사 IT으로 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떠다닌다"라는 말입니다
일본의 성장영화 <러브 앤 팝>에서도 주인공 히로미가 물 위에 떠다니는 장면이 나옵니다 소설이 시기적으로 먼저이니 <러브 앤 팝>이 차용한 걸 수도 있습니다
이런 떠다니는 모습은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외부의 힘에 의지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영화 속 풍선도 마찬가지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풍선도 자신의 의지가 아닌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떠다닐 뿐입니다
원작 소설과 TV 미니시리즈 그리고 이 영화까지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유럽에서도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객 수 88만 명에 그쳐 흥행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미국에서 원작이 워낙 유명했고 80년대 미국 정서의 향수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는 홍보와 달리 호러는 기대보다 약하고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가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나 같은 경우는 호러 영화를 즐겨 안 봐 이 영화의 호러가 약하진 센지 고려 사항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호러보다 영화의 시선이 불쾌했습니다 아마 이런 정서상 불쾌감도 이유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도 영화에서 자극이나 감각적인 요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금기를 건드리거나 지나치면 거부감이 생기는 건 당연할 겁니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극단적인 대립구도로 전개합니다
부모들은 폭행과 성폭력 그리고 위약(가짜 약)을 사용하기도 하고 초등학생에게 양을 죽이게 하고 조지를 찾자는 빌의 말을 무시하기도 합니다
벤이 집단 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외면하기도 하죠
헨리 패거리는 루저 클럽의 아이들에게는 절대 악입니다
한마디로 루저 클럽은 또래에게도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고립된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극복 과정은 살인입니다 초등학생들이 존속살인을 하고 헨리는 우물에 빠져 죽습니다(원작을 보면 2편에서 페니와이즈의 하수인으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극단적인 설정은 이 영화의 특징이겠지만 가족주의가 판치는 한국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그리 맘에 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나오니깐 좀 더 해피한 결말을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여자인 베벌리가 납치되어 페니와이즈와 대결을 거부하던 아이들이 군말 없이 구하러 간다는 것도 성에 따른 역할에 충실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베벌리가 자신을 두 번 구해주고 멋진 시까지 써준 뚱보 벤보다는 말더듬이 빌에게 호감을 갖는 것도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빌은 공중에 매달린 베벌리보다 동생 조지를 구하는 게 먼저였죠
그런 베벌리를 구한 건 벤입니다
그리고 벤은 그 상황에 쉽게 순응하더군요
이 아이들은 두려움을 극복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른들의 다른 건 극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원작이 좀 오래되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다시 자신들의 극복의 대상이자 적일 수도 있는 어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빠를 살해한 베벌리도 이모의 집에 맡겨지게 됩니다
나는 여기에 추가하고 싶습니다
"알을 깨고 나온 새는 어미새의 보살핌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
충격과 자극적일 수는 있지만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대립구도는 익숙치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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