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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이끼 결말 해석 - 신의 한수 (2010년) 스포주의

by 올영 2018. 11. 4.

주의 : 결말까지 스포가 있습니


영화 <이끼>는 알려진 대로 웹툰 <이끼>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웹툰 <이끼>가 완결되기 전에 제작되었다고 하니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상당히 원작하고는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신의 한수라고 생각되는 결말은 원작하고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류해국의 승리 권선징악으로 끝났다면 상당히 밋밋한 영화로밖에 안 보였을 것이기 때문에 신의 한수라고 제목 붙여봤습니다


결국 이 영화의 전체 밑그림을 그린 것은  영지가 되고 과연 영지의 역할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하는 열린 결말은 궁금증을 자아내더군요

영지는 구원을 해준 류목형과 복수를 해준 천용덕이라는 두 아버지에 의해 탄생한 사생아처럼 보이더군요 (어쩌면 영화의 첫 장면에서 언급된 사탄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류목형과 천용덕이 세운 마을의 계승자가 영지라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습니다 



  

류목형은 영지를 집단 강간한 남자들에 대한 복수를 천용덕에게 부탁하죠 여기서부터 류목형이 완전한 선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류목형의 부탁대로 영지의 복수를 해준 천용덕은 류목형에게 손을 내민 계기가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바로 류목형이 천용덕과 상극이 아니라는 것이죠

류목형의 완전한 몰락은 류목형이 천용덕을 살해하려는 장면부터입니다 즉 그의 심판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드러나면서 류목형의 존재가치는 없어지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천용덕은 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류목형은 면회를 온 천용덕에게 기도원사람들이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천용덕은 기도원 사람들의 죽음이 류목형의 심판이라고 믿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류목형의 부탁으로 천용덕이 강간한 남자들을 심판(복수)하는 모습을 본 영지는 류목형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식대로 어쩌면 류목형의 은혜를 갚기 위해 기도원 사람들을 독극물로 살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류목형이 기도원 사람들의 죽음에 침묵한 것도 어쩌면 영지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




천용덕이 복수하는 모습을 차 안에서 바라보던 영지는 분명 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복수의 쾌감을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쾌감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류목형의 방식을 담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일종의 속임수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남자들에 의해 짓밝혀 온 연약한 피해자같기만 한 영지가 이 모든 것을 계획한 것이라는 결말의 반전을 노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영지는 아마도 류목형의 선한 모습에 천용덕의 악함을 숨긴 그리고 류목형의 무기력함을 천용덕의 악랄함으로 극복하고 더욱 천용덕보다 치밀한 존재가 되어갈 것입니다

두 아버지의 결함을 극복한 하지만 악함을 습득한 딸입니다

그건 류해국이 영지의 존재를 알아차린 결말 부분에서의 두려움을 느끼는 장면에서 암시하고 있는 듯하더군요 


 

제목 이끼가 흥미롭더군요 
박민욱 검사는 류해국에게 "이끼처럼 살아라"라고 말합니다 이끼처럼 살아라라는 말은 있는 듯 없는 듯 나대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의미로 보이지만 류해국은 이끼처럼 살  수 없는 사람 같더군요 그가 박민욱검사와 대립관계였다는 것이 바로 그의 캐릭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류해국은 류목형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조사를 합니다 이것은 죄를 짓고 시골 마을에서 이끼처럼 살아온 마을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끼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인간의 숨겨진 죄를 상징한다고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류목형이 아닌 천용덕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죄를 지은 그들은 죄의식을 들추는 류목형보다 천용덕의 지배를 받으며 숨통(악행)을 튀어주는 그 달콤함이 있었기 때문이죠 영지에 대한 성적 공유를 허락받은 것은 영지가 류목형을 따른다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숨통을 튀어주는 그런 예일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악함과 결함은 변하지 않을 듯합니다 

영지의 계획 대로일지라도 류해국은 영지와 박민욱검사의 도움으로 겉보기에는 공기 좋은 평범한 시골마을같은 천용덕의 부조리와 악의 왕국을 무너뜨립니다

하지만 그 왕국의 계승자는 어쩌면 천용덕보다 한수 위일 수 있는 영지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결말에서 희망을 볼 수 없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인간과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이끼처럼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최근의 미투 운동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이 많더군요 미투 운동을 한다고 성폭력이 없어질까요? 인간의 악함과 결함은 없어질까요?




아닐 것입니다 류목형이 절대선이 되지 못하고 자신의 결함으로 무너졌듯이 
그리고 절대선을 추구하는 류목형을 마을사람들이 마음속 깊이 따르지 않았듯이 인간은 절대선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이끼처럼 살아온 사람들 때문에 누군가의 왕국은 지속되어 온 것입니다 

영지의 왕국이 천용덕의 왕국과 다를 바 없다면 류해국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또 무너뜨릴 것입니다 이 지루하고 끝 모를 반복적인 일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영화에서 희망을 못 찾는다면 만들면 되죠 이런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은 아주 조금씩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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