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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산범 해석 결말 - 공포영화공식에 충실한 인터넷괴담 (2017년) 스포주의

by 올영 2018. 12. 24.

주의 : 결말까지 스포가 있습니다

 

<장산범>은 부산 장산에 출몰한다는 호랑이의 닮은 비단같은 긴 흰 털을 지니고 있는 괴생명체에 대한 괴담의 요괴라고 합니다 장산범은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사람을 홀린다고 합니다

동물을 닮은 괴생명체라고 하면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것 같은 올드한 소재인데 어떤 민간설화집이나 기록에도 나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한 커뮤니티에서 처음 목격담이 등장하고 다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방송국에서 취재도 하고 웹툰으로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장산범>은  21세기에 인터넷 괴담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신비함에서 동물에서 창작된 요괴 괴수등이 많았지만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에서 이런 류의 요괴가 등장한다는 것이 올드하면서도 새롭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는 이런 인터넷 괴담에서 모티브를 얻어 장산범이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인간 내면의 죄책감을 자극하여 영혼을 빼았는 설정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의 남자가 자신이 죽인 아내를  동굴에 버리고  아내의 목소리를 듣는 다거나 희연이 잃어버린 아들 준서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거울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거울은 장산범이 현실로 나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거울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는 도구라는 것을 상기하면 인간 내면의 죄의식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허정 감독은 인터뷰에서 "장산범이 인간의 약점을 노리는 설정이라 거울을 사용했다"고 직접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다른 주요 소재로 나방이 나오는데 나방의 경우는 '자신이 죽을 줄 알면서도 불에 뛰어든다'는 말과 희연이 동굴에서 준서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여자애를 죄책감에 의해 따라 들어가는 모습과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아지는 유기견이라고 하는데 유기견이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 여자애(신린아)가 마음을 여는 과정과 비슷하여 넣었다고 합니다

첫씬에서 한 커플이 강아지(또티)를 로드킬합니다 그리고 이 강아지를 동굴 속에 한 여자와 함께 넣어두죠 영화 속에서는 장산범의 봉인이 풀리는 순간이지만 그들의 범죄는 또띠가 짖어 발각됩니다 이건 애드가 알렌 포의 <검은 고양이>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여자애(신린아)는 두 가지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신린아는 창귀인 것 같습니다 창귀란 호랑이에게 잡아먹혀 영혼이 호랑이에 예속되어 먹이를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귀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신린아는 희연을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동굴로 가려는 희연의 옷을 잡습니다 아마 동굴에 들어가면 장산범의 타깃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어 그런 듯합니다

 

또한 준희(희연의 딸)를 구해주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희연을 준서(잃어버린 희연의 아들)의 목소리로 다시 동굴로 불러들여 결과적으로는 창귀의 역할을 하게 되지만 앞에서의 여러 행동들을 볼 때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에 희연을 붙잡아 두고 싶었던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포물에 아이들이 많이 나옵니다 아마 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인 아이가 오히려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충격을 주기 때문일 겁니다 공포 영화의 주인공이 여자가 많은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겁니다

 

하지만 무서운 연기를 하는 여자애가 많이 울었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는데 영화의 흥행도 좋지만 정서에 별 영향은 없으려나 하는 염려도 생깁니다

 

동굴은 인간의 내면(또는 무의식)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는 인간들의 약점 (죄책감)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약점을 이용하는 장산범의 근거지이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시력을 잃게 된다는 것은 시력은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차적 역할을 하므로 외부와의 차단을 의미하고 청력에 의존하게 만듭니다

장산범이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낸다는 괴담의 내용과 약점을 이용한다는 설정은 시력을 차단하여 청력에 의존하게 만들어 자신의 내면속의 죄책감과 약점의 목소리를 극대화시킨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산범>이라는 괴담과 인간의 죄책감을 이용한다는 설정의 조합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은  

<장산범>은 공포영화 공식에 충실합니다 도시에서의 아픔을 지닌 채 한적한 곳의 집으로 이사 그리고 그 동네의 약간 이상한 사람(장님 무당)에 의해 진실이나 혹은 단서를 알게 되는 것등이 공포영화의 클리세를 따라가는 듯 합니다

 

공식에 지나치게 충실했다는 것과 <장산범>의 실체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 불만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장산범> 괴담의 사람 목소리를 흉내낸다는 점에  착안하여 청각적 공포를 강조하였다고 하지만 영화는 시각과 청각의 매체입니다

 

무당의 얼굴에 흰 털이 나긴 하는데 그걸로는 약합니다 관람료 내고 보는데 <전설의 고향>보다는 시각적 효과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산범이 빙의된 무당도 왠지 낯선 모습입니다 배역이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여자귀신에 익숙한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식화된 공포영화, 시각적 볼거리 부족, 진부하지만 여전히 효과 있는 모성애 등이 나오지만 드물게 목소리를 흉내 내는 장산범이라는 한국 토종의 괴담을 영화화한 것만으로도 일단 화재성이 있고 전체적으로는 볼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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