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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국의 아이들 해석 결말 - 1등은 슬픈 것이 아니다 (스포주의)

by 올영 2018. 11. 2.

예전에 <천구의 아이들>을 보고 잔잔한 감동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찾아 보았습니다 역시 2-3개의 후기를 보니 동심, 순수함 등으로 칭찬일색이더군요

영화 자체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잘 표현한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들은 순수하다 아니 순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있는 듯도 합니다 광고에서의 3B전략이라든가 여전히 방송되는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은 어른들이 잃어버린 그것을 상기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다시 보니 이런 동심, 순수함이 아닌 가난이라는 현실에 더 초점이 맞춰지더군요 (나이 먹었다는 증거인가?)

알리와 자흐라 남매의 순수함 자체는 귀엽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낭만이나 순수함으로만 채워질 수 없습니다

알리는 마라톤 대회에서 3등을 못하고 1등을 하여 슬퍼합니다 3등을 해야 상품으로 운동화를 받아 여동생 자흐라에게 줄 수 있었기 때문이죠 1등을 한 알리는 사진기자앞에서 슬퍼하며 울기까지 하는데 옆의 어른들의 웃는 모습과 대비를 이루죠

 

 감독의 의도는 분명하고 관객들도 그 의도대로 알리의 순수함에 감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리의 순수함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흐라는 알리에게 "남자 운동화를 어떻게 신고 다녀?"라고 묻자 알리는 여자 운동화로 바꿔주겠다고 하죠 그렇다면 1등 상품을 운동화로 바꿀 생각은 왜 못했을까요? 분명 1등 상품은 3등 상품보다 고가일 것입니다 어쩌면 자흐라에게 더 좋은 운동화를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알리는 1등 한 것을 슬퍼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당한 경쟁으로 심지어 반칙까지 이겨낸 노력과 재능 어쩌면 절박함의 결과이기 때문이죠 

 

누군가는 알리가 1등하는 것과 더 고가의 상품을 원하지 않은 모습에 열광할 수도 있습니다 나도 인간이 이렇게 물욕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욕심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처럼 발전해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산주의가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제대로 시도조차 못해보고 자본주의와의 경쟁으로 와해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정당한 1등과 그 열망 그리고 그 결과물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낡은 운동화조차 없어 여동생과 운동화를 같이 신어야 하고 월세를 못내 집주인에게 독촉을 받고 엄마는 아프지만 병원도 못 가고 감자는 외상으로 사야 하는 현실에서 동심이나 순수함을 칭찬하는 것은 배부른 자들의 낭만일 뿐이죠

아빠와 엄마가 자흐라의 구두가 없어졌다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죠  사달라고 말 못 하는 아이들과 선뜻 사주지 못하는 부모로서의 괴로움을 느끼고 있었을 것입니다 


<천국의 아이들>이라고 아무리 포장해도 나에게는 찢어질 듯 가난한 아이들이  천국의 아이들로 보이지 않더군요 

알리가 슬퍼해야 할 것은 1등을 한 것이 아니라 가난이라는 현실입니다 알리가 해야 할 것은 마라톤 대회에서 여동생 자흐라를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달려 1등을 한 절박함으로 가난을 이겨내고 벗어나는 것입니다 

정당한 1등은 슬픈 것이 아닙니다 인생은 낭만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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