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크라임 해석 결말 - 나를 죽여라 (2007년) 스포주의

주의 : 결말까지 스포가 있습니다

<타임 크라임>은 오랜 전에 케이블방송에서 우연히 봤었습니다 끝까지는 못 봤었는데 재미있게 봤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 완주했습니다

스페인 영화인데 스페인 영화하면 <더 바디>가 기억나느데 재미있는 영화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최소 등장인물 4명으로 꽤 괜찮은 영화인 듯합니다

저예산영화의 한계와 연기가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시나리오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타임 크라임>은 타임루프물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몇 개의 타임 루프물을 분류하면 일정한 시간의 반복을 통해 주인공이 자신의 잘못이나 단점을 깨닫거나 장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루프물( 엣지 오브 투모로우, 해피데스데이)이나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결말의 무한 루프물 (트라이앵글, 두 개의 달) 크게 분류하면 이렇게 두 가지 결말입니다 

<타임 크라임>은 두 가지 중 무한 루프물의 결말입니다 배 나오고 M자형 탈모의 완성의 전형적인 세계공통의 아저씨형인 헥터는 결말에서 아내 클라라의 나란히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여자의 비명소리에 놀라 반응을 하는 클라라의 손을 잡고 진정시키죠 그리고는 그의 무기인 가위를 뒤로 던져버립니다

즉 헥터는 자신이 더 이상 과거나 미래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무력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이런 결말이 기존의 무한루프물의 결말과 달라 보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허무한 이런 결말은 우연히 발견한 루프물에 대한 설명으로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를 보면 논리적으로 따지면 상당히 골치 아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질풍노도의 중딩일때 친구들과 이런 류의 영화를 보고 토론한 기억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시간여행의 이런 모순을 타임 패러독스(시간의 역설)라는 용어가 있더군요 가령 과거의 자신을 죽이면 미래에서 온 자신은? 머 이런 상황입니다

이런 모순되는 상황을 피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평행우주이론'이라고 합니다

평행우주이론은 <너의 이름은>이라는 일본 애니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기존의 시간대의 세상이 있으면 자신이 바꾼 또 다른 시간대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무한의 평행우주가 존재하게 됩니다 이 이론의 과학적 근거는 나도 잘 이해가 안 갑니다 (난 문과입니다)

하지만 <타임 크라임>은 또 다른 설명인 '자연순서보호설'이 더 잘 설명될 것 같은데 과거를 바꾸러 과거로 가지만 이미 이전에 미래의 자신이 막으려다 실패한 현실일 뿐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헥터가 헥터3까지 등장하며 과거를 바꾸려고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실패한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깨달은 헥터가 결말에서의 자포자기의 모습을 보인 것으로 설명됩니다

이런 루프물의 영화로 처음 본 것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였는데 이런 루프물의 메시지는 반복되는 루프라는 과정 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반복되는 잘못과 과오를 깨닫고 발전, 향상되는 인간이라고 파악했습니다

아직 보진 못했지만 현대 루프물의 원형이라고 평가받는 <사랑의 블랙홀>이 이런 내용과 비슷하다고 하니 대충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런 메시지로 <타임 크라임>도 이해하면 여자의 알몸에 대한 욕망으로 시작된 헥터의 무한루프에서 헥터가 과거의 자신을 죽이려는 행위는 과거의 잘못된 자신의 모습을 버리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자신을 죽이지도 못하고 무기인 가위를 던져버리는 행위는 자신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헥터는 헥터3까지 분리되어 자신을 대상화하고 과거의 자신을 죽이려고 하지만 기존의 자신의 방식을 담습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헥터의 무한루프의 본질이 됩니다

'습관이 운명이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반복되는 모습은 여러 가지 이유로 쉽게 극복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변화보다는 편안함을 선호하는 성향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여자의 비명소리에도 자신의 부인인 클라라와 함께 의자에 앉아 한가로이 비가 올 거라는 날씨이야기를 하는 영화의 시작점인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헥터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타임루프물의 메시지를 다른 쪽으로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더군요 하지만 이것도 내 생각의 습관인지 정형화된 틀인지 당장은 다른 관점이 떠오르지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