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는 80대 할아버지가 친일파들을 처단하는 영화라는 점에 끌려 보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친일파 논란이 현재진행형이기도 하죠 신친일파, 토착왜구라는 과거에는 없던 말들이 계속 양산되는 현상만 봐도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80대 할아버지 한필주의 사적복수극이 아닌 이 시대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영화가 되는 것이죠
이 영화의 원작은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라는 영화인데 홀로코스터로 가족을 잃은 유태인 할아버지의 복수극을 다룬 영화라고 합니다
이일형 감독에 의하면 원작에도 없는80대의 한필주와 20대의 박인규의 버디뮤비로 설정한 것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담고 싶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노인들의 복수극이므로 영화적 템포와 에너지가 떨어지는 부분도 보충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21세기에 무슨 친일파 처단같은 독립운동영화인가 할 수 도 있지만 시대를 현대로 바꾼 것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친일파논란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고요
이 영화는 이런 한물 간 소재라는 비판을 의식이라도 한 듯 하나하나의 소재는 지금 이 시대의 논란을 담고 있습니다
반일종족주의, 식민사관논란, 평화헌법개정, 백선엽장군의 친일논란, 위안부, 징용, 징병등이 모티브가 된 이야기가 직간접적으로 나옵니다
또한 김치덕의 "북괴의 미사일은 현재고 일제는 과거의 일이다 피아식별을 잘해야 된다"는 말은 현재에도 많이 들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리멤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친일파들의 자기정당화논리가 종종 언급되었다는 점입니다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로 전향한 염석진이 자신의 친일행위에 대한 변명으로 "독립할 줄 몰랐으니깐"이라는 대사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는 점과 유사한 것 같네요
이 영화에서도 친일파 김치덕은 "조선독립은 이상주의자들의 말같았다"라는 비슷한 변명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한필주가 김치덕의 친일행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모습과 김치덕의 자신의 친일행위에 대한 변명을 교차편집으로 서로 반박하는 듯한 편집이 인상깊었던 장면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것은 결말인데요 한필주는 자신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친일파들과 전 자위대장교인 히사시를 암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방관한 자라며 자기 자신을 마지막으로 처단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방관한 자'라는 표현이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친일과 독립운동의 이분법이 아닌 중간지대에 머문 어떻게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의문까지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우리는 친일행위와 친일파로 범위를 정해야 되는가 그것을 정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과 문제의식 나아가서는 부끄러움까지도 느낄 수 있는 표현이라고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웠던 장면은 전 자위대 장교였던 히사시가 친일파인 김치덕이 자위대행사에 불참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는데요
"손해 보는 자리에는 안 온다, 위치가 바뀌었지만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대사였습니다
이 말은 친일파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꼬집어 비꼰 말인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친일파의 기본적인 속성은 바로 기회주의에 있다고 봤거든요
<리멤버>에 대해 총평을 하자면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의 과거 이야기가 아닌 현재 이 시대에도 진행 중인 아픔과 상처 그리고 부끄러움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친일청산의 문제와 그들과 그 후손들이 여전히 친일의 대가로 얻은 부귀영화를 누리며 위정자로 활동하는 불편 부당 부정의 현실에 대한 울분을 처단이라는 영화적 수단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일형감독은 원작은 복수극을 펼치는 유태인 할아버지의 심리극에 중점을 둔 예술영화에 가깝다고 하는데요 감독은 이런 영화를 누가 볼까 해서 <리멤버>는 친일파들을 처단하는 빠른 템포와 액션 등의 상업영화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완성도는 조금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제강점기의 이야기이지만 이 시대에 통용되는 주제와 소재 감각과 시의성의 상업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21세기형 독립운동 영화'라고나 할까
사실 남북 분단의 원인도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강점기가 원인이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어쩌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듯 망각되어 가는 일제강점기가 남긴 상처와 아픔과 부끄러움을 다시 일깨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일파는 살아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매듭이고 아마도 풀 수 없는 매듭일 수도 있지만 역사는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할 것입니다 역사에 알츠하이머병은 없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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