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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 포인트 해석 결말 - 인지부조화 (2004년) 스포주의

by 올영 2018. 11. 4.

 밀리터리 호러 영화라는 <알포인트>를 다시 보니 진가를 알겠더군요
삶과 죽음이 한순간에 갈리는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광기, 원한, 귀신을 주요 소재로 삼는 호러 영화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해석을 두고 몇 가지가 있는 듯하더군요 이렇게 해석이 갈리는 이유는 호러 영화라는 초자연적 상황이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이런 논란을 감독이 의도한 것이기도 하겠고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흔한 해석( 영화상에서 보이는 데로 해석한 경우)에 가장 끌리기는 하지만 다른 해석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영화 후기 해석은 정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보지 못했던 것을 다른 사람의 시각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한 개인의 사고라는 게 틀이라는 게 존재하기 마련이거든요

영화라면 대개 감독의 메시지가 담기기 마련인데 누가 언제부터 귀신이었는가에 대한 해석은 있는데 메시지에 대한 해석은 없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난 메시지 부분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베트남전에서의 일부 한국군의 전쟁범죄행위에 대한 논란이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죠 하지만 전쟁 자체가 인간이 행하는 가장 추악한 죄악입니다

대량 집단 살육이 정당화되는 행위죠 아니 오히려 영웅시됩니다 그리고 덤으로 여러 전쟁 범죄가 생기게 되죠

따라서 상처받은 사람들 원한을 갖게 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됩니다 이 영화는 바로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어떻게 인간성을 상실해가는가 혹은 미쳐가는가를 보여주고자 한 것 같습니다

일종의 반전영화가 됩니다




알포인트는 베트남인들이 신성시(신성하다는 것은 침범 불가 즉 두려움) 하는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한국군이나 미군 등은 거리낌 없이 들어갑니다

영화 속에서 죽었다는 식민지배했던 프랑스군 미군 한국군 그리고 중국인들이 쳐들어 와 많은 베트남인들을 죽였다는 비석의 글은 원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에 피를 묻힌 자는 돌아갈 수 없다'라는 글귀는 그 원한의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죠



 

 
이미 귀신이 된 미군은 '우리는 그 망할 미국정부와는 상관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당나라 군대도 아니고 군인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인 거죠

그들이 이미 귀신이라는 것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들을 전쟁터로 보낸 미국정부에 대한 원한의 표현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재필 상병은 조병훈 상병에게 "내가 멀 잘못했냐"라고 반복해서 묻습니다 빙의 된 조병훈 상병은 "정말 그럴까"라고 말하고 나서 이재필 상병을 죽이죠

이재필 상병에게 전쟁 상황에서 적을 죽인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건 당연히 해야 할 임무이고 살기 위한 행위죠 하지만 살인이라는 행위에는 다름이 없습니다




그 행위를 한 개인보다는 전쟁이라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군이 말한 대로 전쟁을 결정한 그 망할 정부가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진창록하사에 대해 군인들이 이야기할 때 '진창욱 하사는 베트콩 머리 두 개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마원균병장은 '베트남 와서 그런 거 안 해본 사람 있냐'라고 말하죠

사람의 머리 두 개를 들고 사진 찍는 것이 일종의 영웅담처럼 인식되는 상황이 전쟁인 것입니다

알포인트로 실종된 군인들을 찾으러 간 군인들은 성병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성병이란 문란한 성관계의 대가 즉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성병일까?

 


전쟁범죄 중에 성범죄도 포함됩니다 역사상 전쟁 중에 성범죄는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도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러 갔다 돌아온 여성을 비하하여 '화냥년'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죠

심지어 어느 도시를 정복한 후 일정 기간 군사들에게 약탈을 허용하는 지휘관들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약탈에는 강간도 포함이 됩니다

베트남 파병 군인들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묘사하기에는 부담감이 많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도덕적 윤리적 죄라고 할 수 있는 창녀를 통한 성병이라는 표현으로 완화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손에 피를 안 묻힌 그리고 성병에 걸리지 않은 (죄를 짓지 않은) 장영수 병장만이 생존자가 됩니다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의 행위지만 군인들은 무의식적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듯합니다 그들이 전쟁이란 상황 속에 빠져들기 전에는 그들의 행위는 범죄이자 죄악이었기 때문이겠죠

최태인 중위는 공을 벽에 던지고 그 공은 다시 최태인 중위에게로 돌아옵니다 그 행동을 반복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자신의 죄책감을 멀리 던져버리고 싶은 욕망을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죄책감은 다시 그에게로 돌아오죠

대나무숲에서 자신들을 급습한 여자 베트콩을 사살하라는 명령에 군인들은 서로 책임을 미룹니다 자신들을 죽이려고 했던 적군 어쩌면 다른 베트콩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알려줄 수도 있는 적군을 결국 죽이지는 않습니다

전쟁 중에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그리고 상관의 명령을 사회적 관념에서 갈등을 겪는 거죠 아마도 이후의 죄책감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최태인 중위는 창녀촌에서 여자 베트콩을 죽이고 자신들을 급습한 여자 베트콩도 거의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서 여자 귀신이 보이는 듯하고 조병훈 상병은 자신이 실수로 죽인 군인들이 보이고 오태규 병장에게는 실종된 친구의 카메라를 훔친 죄책감이 있습니다

가장 남성적인 이재필 상병은 죽음의 공포에 '내가 멀 잘못했냐'라며 가장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건 자신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고 그 잘못으로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죄가 없음을 필사적으로 확인받고 싶어한 거겠죠

결국 전쟁이란 희생자들의 원한, 인간의 광기, 그리고 일종의 인지부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 결과는 알포인트라는 이승과 저승이 함께하는 곳 그곳이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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