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의변곡점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보면서 흥행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관객수가 470만명이 넘었네요
손익분기점이 500만이라고 하니 거의 근접한 숫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관객수 감소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더하면 대박은 아니지만 상당한 흥행을 했다고 봐야겠는데 보통 손익분기점을 못넘기는 영화들도 많기 때문이죠
물론 영화흥행에는 영화외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영화 자체의 힘을 빼고는 500만에 가까운 관객수를 설명할 수는 없겠죠
어쨌든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 이유는 10.26과 관련되어 어느 정도 사전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전 정보부장 김형욱이 닭모이믹서기에 갈렸다는 설, CIA의 연류설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소재의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이미 봤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요
전개와 결말까지 알고 있는 이야기에 먼가 새로운 흥미거리나 재미가 없어 그닥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네요
역사물들은 대강의 전개와 줄거리 결말을 알지만 거기에 새로운 상상력 허구등을 입혀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경우가 많죠
가령 <관상>같은 경우도 여러 번 드라마화도 되었던 계유정난이라는 소재에 관상이라는 허구를 덧입혀 지루하지 않더군요
비슷한 소재의 <그대 그 사람들>은 이 영화보다 시기적으로 앞서 있다는 점외에도 풍자와 희화화등으로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
<남산의 부장들>은 그 흔한 웃음기까지 쫙 빼버린 전통 드라마장르인데 나처럼 어느 정도 10.26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새로운 흥미거리를 제공했으면 더 좋을 것 같네요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발한다는데 이미 잔뜩 스포를 알고 있는 나에게는 내 기억을 상기시키는 전개 그 이상은 아니였고요
배우들의 연기칭찬도 있던데 연기가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칭찬을 할만한 연기인지는 의문이고요
특히 김재규(김규평)역으로 나온 이병헌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있습니다
김재규는 1926년생으로 10.26사건이 있었던 1979에는 대략 54세정도의 연령인데 작중 이병헌은 30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젊게 나오더군요
알고보니 이병헌 1970년생으로 당시의 김재규와 얼핏 비슷한 나이이긴 하네요
관리를 잘했는지 동안인 이병헌을 좀더 연령대를 높게 분장을 하는 편이 몰입하기가 더 쉬웠을 것 같네요 이병헌의 부하들이 형같더군요
<남산의 부장들>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박정희의 최측근인 김재규가 왜 박정희를 암살하였는가 일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이렇게 최측근이 최고권력자를 살해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고 그 역사적 의미는 대단히 크기 때문이기도 하죠
시저를 암살한 브루투스가 오늘 날에도 회자가 되듯이 말이죠
흔히 알려져 있듯이 차지철과의 갈등과 충성경쟁 그리고 정치적 견해차이, 박정희의 차지철 편애, 감정적인 부분들이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김재규가 박정희를 암살한 이유에 영화적 상상력 즉 허구를 사용합니다
김규평(김재규)이 박통과 차지철이 대화하는 방옆에서 도청기로 대화내용을 엿듣는 신이 있습니다
그 장면에서 박정희가 자신을 제거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이렇게 되면 김재규가 박정희를 암살한 것은 박정희보다 먼저 손을 쓴 것이라고 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아마도 상상력 즉 허구일 것입니다
김규평과 박용각(김형욱)의 대화와 김규평이 박통을 사살하는 장면에서 혁명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의 혁명은 5.16군사쿠데타를 말하는데 역사적으로는 김재규는 5.16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김규평은 박통을 사살하기 전에 혁명 운운하며 배신자를 처단하겠다고 말하는데 혁명에 가담한 사실 자체가 없으므로 다 허구이겠죠
김재규가 박정희를 암살한 이유가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중에 하나이므로 이런 상상력 즉 허구로 그것을 채웠다는 것은 이 영화의 의미와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봤습니다
김재규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든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던 그것 감독의 자유라고 보는데요 영화라면 당연히 다큐도 아니고 상상력과 허구가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이런 중요한 부분은 팩트에 기초를 두고 그 위에 자신의 해석이나 상상력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영화이고 모르는 사람은 자칫 김재규가 5.16에 가담한 혁명가쯤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네요 (나도 처음에는 김재규가 5.16에 가담했었나?라고 궁금했거든요)
영화가 상당히 진지했고 팩트와 허구가 뒤섞여 있거든요
김재규가 박정희를 암살한 10.26에 대한 영화이므로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한 새로운 정보나 해석을 기대했던 나같은 사람에게는 허탈한 느낌까지 생길 것입니다
개인적인 느낌은 감독의 말과는 다르게 이런 상상력과 허구는 여전히 많은 논란의 주인공인 김재규를 긍정적으로 바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걸 좀 심하게 표현하면 미화라고도 평하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5.16을 혁명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5.16을 미화한 것 아닌가라는 평도 있나보던데 김규평(김재규)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으로 감독의 평가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즉 김규평은 5.16혁명정신이 변질되었다는 대의명문을 가졌다는 것이죠
만약 10.26를 소재로 한 두 영화 <남산의 부장들>과 <그때 그사람들> 중 하나를 다시 보거나 추천하라고 하면 난 <그때 그사람들>을 선택할 것 같네요
재미라는 부분에서 <그때 그사람들>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거든요
가혹한 평가일 수 있는데 알고 있는 내용의 드라마 한편 반복해서 본 느낌정도네요 거기에 상상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상상한 영화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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